식탁과 잔치
김호경씨가 쓴 “예수의 식탁 이야기(두란노, 2024)”라는 책을 보면, 우리가 우연히 예수님을 만났을 때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인사나 질문을 하실까? 라는 저자의 상상이 담겨있습니다. ‘예배는 빠지지 않았니?’, ‘설교 시간에 딴짓하지 않았니?’, ‘헌금은 제대로 냈니?’와 같은 질문이 아니라, 아마도 ‘밥은 먹었니?’, ‘밥이나 먹자!’라는 말씀을 하실 것 같다고 말합니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말과 행위를 통해서 아마도 예수님의 구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일상은 예수님의 식탁, 그러니까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식탁은 가장 일상적인 삶의 현장이기에 자신이 누구인가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소입니다.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는 삶의 축소판입니다. 예수님은 놀라울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놀라울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식사했습니다. 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과도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었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더러운 죄인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자신을 얼마나 곤경에 처하게 할 것인지 아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은 끊임없이 예수님의 식탁을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예수님은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나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행위를 의사가 병을 고치는 일과 동일시했습니다. 그것은 회복이며 구원이었습니다.
이처럼 세리와 죄인들과 나누는 식탁은 언제나 바리새인들의 시빗거리가 되었고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서 죄인들과 식탁을 나누는 이유를 설명하셨습니다. 잃은 양 비유, 잃은 은전 비유, 잃은 아들 비유는 모두 예수님의 식탁과 관련된 것입니다. 누가복음서 15장에 나오는 이 비유들의 공통점은 결론이 잔치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비유의 목적은 잔치의 풍성함과 즐거움을 예수님의 식탁과 연결시키는 것이며, 이 잔치를 통해서 예수님의 식탁을 종말론적 구원의 표적으로 만듭니다. 이처럼 구원받은 주님의 자녀들이 함께 식사하는 것은, 단지 배고픔을 채우는 것을 넘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부어주신 사랑, 은혜, 용서, 포용, 구원을 감사하고 즐기고 나누는 복된 삶의 현장인 것입니다. 천국 가기 전, 이 땅에서 풍성한 식탁 교제를 통해서 천국 잔치의 풍성함과 따뜻함을 경험하며 사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