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을 받을 것 같으면 가지 말고
- 이경준 원장 칼럼(2023.7.) 인용 -
제게는 지금은 나이가 40살, 38살이 되어, 제가 은퇴한 다운교회에서 각자 아내와 함께 싱글 목자목녀로, 또한 조장으로 섬기고 있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그 중 큰 아들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아들이 저에게 뜬금없이 “가도 되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어디를?” 하고 되묻는 저에게 “호프집(지금은 듣기 어려운 이름입니다.)이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유인즉 졸업한 친구들이 호프집에서 모이는데, 그리스도인으로서 술집 이미지의 호프집에 가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대로 말해 주었습니다. “영향을 받을 것 같으면 가지 말고, 영향을 주어야 할 것 같으면 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저 영향 안 받습니다." 하더군요. 그래서 회비가 당시에 5,000원이라고 하길래 20,000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1. 30분 정도는 일찍 가라.
보통 그리스도인들은 일반인들의 모임에 갈 때에 일찍 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보아야 별로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 때로는 지저분한 이야기가 오가는 데 참여하기가 싫어서입니다. 그래서 약간 늦게 가서 가운데 앉지 않고, 귀퉁이에 앉았다가 기회를 보아서 일찍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30분 정도 일찍 가서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오는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야기를 주도해 나가도록 했습니다. “요즈음 어떻게 지내느냐?” “무슨 전공을 한다고 그랬지?” “학교생활 재미있냐?” 조금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건전한 주제를 가지고 거의 목장 수준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2. 일찍 자리를 떠야 할 때 신앙과 연관된 이유를 대지 말라.
아들의 친구들이 모이는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토요일은 교회에서 대학부 모임, 반사 모임 등, 모임이 있는 날이 많습니다. 그래서 친구들 모임이 파하기 전에 미리 자리를 떠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안해서인지 대개 자리를 먼저 뜨는 이유를 상세하게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교회 대학부 모임이 있어서...” 그런데 이런 이유를 들으면 친구들이 이해를 하면서 양해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 이다음에 천국 갈 때 나도 한 자리 부탁한다.” 이런 식입니다. 저는 아들에게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오늘 내가 선약이 있어서 조금 먼저 간다.”는 정도로 양해를 구하도록 했습니다. 대개 그러면 “어, 너, 바쁘구나.”로 끝나게 됩니다. 회사에서도 업무 중에 다른 책을 보고 있으면 말을 안 해도, 성경을 읽고 있으면, “야, 여기가 교회냐?”며 핀잔을 주기 쉽습니다.
3. 자리를 먼저 뜰 때에는 회비 이상의 돈을 놓고 떠나라.
그리고 자리를 먼저 뜰 때는 양해를 구할 뿐 아니라, “내가 먼저 가는 대신 벌금은 놓고 간다.” 하면서 20,000원을 놓고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회비가 5,000원인데 20,000원을 놓고 일어나면 괜찮은 사람으로 여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저녁도 먹지 않고 가는데 말이지요. 그리스도인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바꾸어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랬더니 이 친구들이 목사가 아버지인, 제 아들의 집에 겁도 없이(?) 놀러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집에 들어오는데 거실에 아들과 친구들이 앉아있더군요. 이럴 때, “다들 교회 나가냐?” 또는 “여기 교회 나가는 사람이 몇 명이냐?”와 같은 종교적인 질문은 금물입니다. 저는 썰렁한 개그를 하나 하면서 재미있게 놀라고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에 모였을 때에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세 번째 모였을 때에는 자기들이 질문을 하더군요. “명철(제 아들의 이름) 아버님, 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목회의 길을 가시게 되었어요?” 이때다 싶어서 복음을 차근차근 전해서, 그날 제 아들과 교회 다니는 한 친구를 빼고 네 명이 모두 주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