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는 법
-최영기 목사 목회자코너(2003년)-
가족은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혈연의 사랑으로 맺어진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깊은 만큼 상처도 쉽게 주고받습니다. 사실 많은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삽니다. 그러나 부모들은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가 많습니다. 부모가 자녀들의 용서를 구할 때에 상처가 치료됩니다. 그러나 용서를 구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부모의 권위가 강조되는 동양 가정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다오.' 한마디만 해주면 마음이 풀릴 텐데 이것을 안 해 줘서 일생동안 멍든 가슴을 안고 사는 자녀들이 있습니다. 예수를 믿으면 용서를 쉽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용서해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고마움도 있고, 영적인 눈이 뜨여서 자신의 잘못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용서를 빌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아서 진정으로 예수님을 영접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꽤 한참 되었습니다. 이 세상을 떠날 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임종을 맞을 때에 내 마음에 이웃에 관한 찌꺼기가 없고 이웃의 마음에 나로 인한 찌꺼기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상처를 준 사건이 기억나는 즉시 편지를 쓰든지 전화를 해서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혹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준 적이 없느냐고 아들딸에게도 물었습니다. 그런 일 없었다고 대답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이상하게도 용서를 빌고 난 후에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쇼를 한다고 비웃습니다. 어떤 사람은 용서할 것이 없다고 잡아뗍니다. 어떤 사람은 '네가 네 죄를 깨달았구나'라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입니다. 그 때 상대방이 내게 잘못한 것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자신이 먼저 용서를 빌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집니다. 용서를 빌 때는 은혜롭게 받아 주어야 합니다. 아랫사람이 용서를 구해오면 그 용기를 칭찬해주고, 윗사람이 용서를 구해오면 그 겸손함에 감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용서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 때 용서를 하는 사람이나 용서를 받는 사람이나 진정한 치유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