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기 어려운 이유
가천대학교 황성현 교수는 구글과 카카오 등 국내외 유수 IT 기업에서의 인사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역량을 갖춘 한국인들이 구글(Google)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임원급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를 세 가지 핵심적인 문화적 특성으로 설명했는데,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도 적용해볼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권위에 대한 순응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재들은 '자랑스러운 아들/딸, 남편/아내, 아버지/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강한 동기로 최고의 학교와 직장에 들어갑니다. 이는 개인의 주체적인 목표보다는 타인(가족,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문화적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성향은 윗사람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데 익숙하게 만들어, 조직 내에서 일정 수준까지는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최고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한계로 작용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세상의 인정이나 사람의 칭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며 우리 각자는 하나님께서 주신 각자의 소명(calling)이 있습니다. 현재 나의 일과 사역이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을 이루기 위함인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2. 제한적인 관계 형성
한국인들은 '정(情)' 문화를 기반으로 끈끈한 관계를 중시하지만, 그 관계의 폭이 '우리'라는 범주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합니다. 서양인의 관점에서 동아시아인들은 역량은 매우 뛰어나지만('Competence'), 감정 표현이 적어 차갑게('Warmth') 느껴지는 존재로 인식됩니다. 우리는 주님의 백성으로서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나와 배경, 문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 내미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업무적인 대화를 넘어 그들의 삶과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따뜻함(Warmth)을 전해야 합니다. 능력도 뛰어나지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3.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문화
한국 사회는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강한 척, 아는 척하는 '체면' 문화를 중시합니다. 약점을 보이면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경험적 불안감 때문에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자신을 방어하는 데 익숙합니다. 반면, 서구 문화에서는 자신의 취약점(vulnerability)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을 인간적인 용기로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더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약점을 공유하지 못하는 태도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동료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됩니다.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세상 속에서 먼저 자신의 연약함(Vulnerability)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특히 우리 교회의 목장처럼 우리의 공동체가 서로의 약점을 비난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기도하며 서로의 짐을 져주는(갈 6:2) 안전한 피난처가 될 때,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깊은 유대감과 치유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