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아버지의 고민은 왼손으로 밥을 먹는 막내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른손으로 밥을 먹으라고 해도 자꾸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아들은 아버지의 골치거리였습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오른손으로는 끄적끄적 대던 놈이 왼손으로 먹으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헤치우니, 빨리 키워 부모 시름 덜어야 할 막내아들에게 젓가락질은 져 주셔야 하셨습니다. 아마 그냥 모른 척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가기전 글씨를 배우는데 요놈의 자식이 또 왼손으로 글을 쓰는 거였습니다. 왼손잡이인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요. 아버지는 이번엔 지지 않으셨습니다. 사랑의 매로 나의 왼손을 때리셨습니다. 왼손을 묶기도 했고, 막내누나를 통해 감시를 시키시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게하신 일은 아버지께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 왼손잡이가 글씨만 오른손으로 써도 정말 편리한 게 많습니다. 보통 오른손잡이들은 연필로 글씨를 쓰다 틀리면 오른손에서 연필을 놓고 지우개를 잡는데 왼손잡이는 그 상태로 왼손으로 지우개를 잡으면 됩니다. 왼손이 힘도 좋고 정교하니까요. 특히 시험 볼때 얼마나 좋은 지 모르시죠? 전화통화하면서 메모 할때, 뭘 먹으며 공부나 숙제할때는 오른손으로 글씨 쓰는 왼손잡이는 참 좋습니다. 뭐, 그정도... 그 외엔 왼손잡이로 세상살기는 안좋습니다. 이또한 찾는다고 찾은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모니터의 스워치는 어디에 있나요? 마우스는요? 키보드의 숫자버튼은요? 엔터키 위치는요? 커터칼은? 가위는? 정수기의 찬물은 왜 오른쪽이고 뜨거운 물은 왜 왼쪽인줄 아세요? 왼손잡이용 야구글러브를 사기위해 고생해 보셨나요?
아들이 자랄때 오른손을 쓰길래 좋았습니다. 세상을 꺼꾸러 산다는 건 좋을게 못된거든요...
기도한 대로 응답되지 않아 나의 의지를 꺽어야 할때 나는 어렸을때 아버지가 오른손으로 글을 쓰게 하셨던 일을 기억합니다. 아버지가 나를 이롭게 하시려고 그렇게 훈련시키셨던 것처럼 분명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나에 대해 다른 계획이 있으시리라고... 우리 아버지가 내가 공던지고 가위질하고 밥 먹는 일까지 다 허락해 주신 것처럼 하나님께서도 거의 모든 일을 내 의지대로 하게 허락해주신 것이었습니다. 어쩌다 글씨 쓰는 것 하나 왼손으로 못쓰게 한건데 그또한 나를 위한 큰 뜻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하신 일도 그럴 것입니다. 가만히 기다려 봅시다. 그 분이 하실 일을... 또 알아요? 잘쓰는 손이 두 개가 생긴 것처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왼손잡이로 살아가기